벌써 저기에서 그녀가 날 왜 어이없이 바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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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1-7, 완) / HARA Hidenori Comics


80년대 후반.

주인공 히까루는 입시에서 눈 감고 쳐도 붙는다는 지방 사립대까지 다 떨어지고는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 카즈미에게도 차이고 재수학원으로 향한다.

재수학원에 등록하러 가던 길에 시오리라는 또다른 재수생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시오리에게 은근히 호감을 가지고 같은 재수반을 등록하게 되는데

그반은 동경대 입시를 위한 특별반이었고
그는 그 반에서 수업 내용을 하나도 알아들을수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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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만화와 야구만화로 유명세를 얻은 작가라는 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작가 아다치 미츠루의 느낌이 나서 본 만화.

주인공은 전형적인 청춘만화의 우유부단한 남자주인공으로
능력은 없지만 여복은 많은 8090년대 만화 느낌이 물씬 난다.
실제로도 그 시절 만화니까 비난할 마음은 없지만.

그럼에도 스토리의 흡인성은 매우 좋으며
후반으로 가서 남자주인공의 우유부단함에 답답함이 폭발하면서도
스토리의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한자리에서 다 보게 된 만화였다.

개인적으로는 보다가 다 못 본 도쿄 80's보다는 작화나 스토리에서 조금 못하다는 느낌이었지만
도쿄 80's는 2000년대 중반 작품이고 이건 80년대 후반 작품임을 감안하자면
충분히 훌륭하다는 느낌이랄까. 도쿄 80's를 다 못 보기도 했고.


작가의 다른 명작이라는 내 집으로 와요도 보고싶어지고
보다가 다 못 본 도쿄 80's도 보고싶어진 만화.










응급실의 소크라테스 / 곽경훈 Books & Music


심혈관조영술을 받고 응급실로 돌아온 순간에도 보호자는
'돈이 없다', '집세를 내고 나면 병원비를 낼 수 없다',
'어차피 살지 못할 거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죽여 달라'는 말까지 했다.
그런 외침은 중환자실에 입원할 때까지 이어졌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부터 환자의 예후가 매우 좋지 않으리란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고 실제로도 환자는
집중적인 치료에도 며칠 수 중환자실에서 사망했다.
입원기간이 길지 않아 시청에서 지급하는 '긴급 의료비 지원'으로
병원비를 충당할 수 있었으나 보호자는
'돈이 없다고 그냥 죽여 달라 했는데 끝까지 이런 저런 검사하고 치료해서
돈을 받아 챙기는 나쁜 병원 놈들'이라며 끝까지 우리를 원망했다.


요즘은 각 과 의사들이 쓴 책들이 많아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편이지만
내가 의대를 지망하고 다니던 초반에는 아주 전문적으로 쓰인 책들을 제외하면
친근하게 쓰인 책으로는 유명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2005)이 나오기 전이었기에
생생한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일이 적었다.

그때의 내가 봤더라면 더 감흥이 있었을법한
그렇지만 이제는 뭐 이런일은 흔히 있지 하는 생각이 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쓴 응급실 이야기.

응급실은 개인적으로는 취향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좋아하는 공간도 좋아하는 환자군도 아니기에
남궁인 선생님이라던가 그 외에도 흔히 구해 볼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굳이 찾아보지 않다가 이제는 그곳에서 멀어진지 오래라 괜찮겠지 싶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적지 않은 환자와 보호자가 비슷한 상황에서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정신병이라니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거나
'마음의 문제니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전자의 경우 다양한 병원의 응급실과 외래를 방문해서 수많은 검사를 반복한다.
급기야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서울의 대형 병원까지 찾지만 애초에 육체적 질환이 아니므로
그들의 바람을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후자의 경우에는 유명한 상담사, 스님, 신부님, 목사님을 찾는다.
심지어 용한 무당이나 점쟁이를 찾기도 하고 마음을 수행하는 학원을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면 질병이 아니다.
'정신 질환' 이라 부르는 이유는 단순히 의지만으로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황폐해지는 동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할 때가 많다.
심지어 무고한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제는 이런 문제에 사회가 관심을 기울일 시기가 아닐까?


작가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쓴 글이라 공감이 안 가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응급의학과 의사라면 저렇게 느낄 수 있지, 싶은 내용이 많았다.

다양한 군상들이 나오는 응급실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꽤 흥미롭게 볼 수 있지 않을까.



2023.03.12. : 별 일 없이 산다. Daily life


예전에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이러저러한 이벤트들에
의미도 부여하고 감정도 느껴가며 살았던거 같은데

요즘은 딱히 반복되는 일상에 별 감흥도 감정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 넘겨가며 사는 기분.

이러저러한 일도 많고 일상도 크게 바뀌었지만
뭔가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싶지 않달까.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일도 점점 늘어서
책도 못 읽고 영화도 못 보는 일상이 팍팍해 져서일까.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가을 겨울이 다 가고
봄 여름이 와서 컨디션이 나빠져서일까.

슬프지도 울적하지도 않은데
그렇다고 크게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무던하게 별 일 없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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