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기는 시골 지역이고 농장이 많아서 외국인 노동자가 상당히 많다.
외국인 노동자 분들은 국적이 굉장히 다양한데
내가 이곳 수술실에서 만난 분들만 언뜻 생각해 보면
태국, 베트남,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기르키스스탄,
파키스탄, 미얀마, 네팔, 캄보디아, 필리핀 분들을 본 것 같다.
그래서 우리 군의 인구는 고작 10만밖에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읍내에 베트남 음식점 3개, 캄보디아, 태국 음식점이 2개씩, 필리핀 음식점이 1개 있다.
2.
외국인 분들이 가장 많이 받는 수술은 남녀 공히 충수염을 제외하면
남자분들은 대부분 농장이나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다쳐서
골절이나 자상 등으로 자주 와서 정형외과 수술을 많이 받고
여자분들은 단연코 제왕절개가 가장 많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제왕절개의 40%가량이 외국인 산모인데
남편과 함께 이주 해 와서 사는 경우가 그중 1/3 정도
한국인 남자에게 시집온 경우가 2/3 가량 되는 것 같다.
3.
어제 들어온 산모는 90년생으로 베트남 출신이었다.
시집 온 지 얼마 안 된 듯, 한국어가 매우 서툴었고
남편은 대략 50대 초중반쯤 되어 보이는 분이셨는데
나는 이런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외국인 신부 데려오는것에 기본적으로 반대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 술에 취해서 수술실 앞에 와 있는 쓰레기같은 몇몇 남편과 달리
본인 또래로 보이는 장모에게 서툰 베트남어로 위로를 건내며
무뚝뚝해 보이지만 다정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어린 산모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원래도 산과 마취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경우에는 더더욱 마음이 좋지가 않다.
물론 남편도 산모도 성인이니 본인의 선택을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튼.,.
...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태그 : 투비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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