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저기에서 그녀가 날 왜 어이없이 바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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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9. : 위로받고 온 날. Daily life


이상하게 아무 일도 없이 울적한 한 주를 보내고.
그래서 찡찡거리고 싶은 나날이었다.

받아주겠노라는 친구가 있어서 어제 퇴근하자 마자 오래간만에 차를 가지고
친구가 살고 있고, 작년까지 내가 살았던 그 건물로 갔다.

작년 이맘때까지 내가 살았던 건물의, 내가 살았던 방보다 조금 작은 오피스텔.
내가 다니던 직장과 같은 블록에 있는 그 건물은 4년을 살았는데 벌써 낯설었다.


짜고, 치즈도 덜 녹고, 뭔가 어설펐지만 친구가 해 준 김치볶음밥.
2인분의 밥을 해 본적이 없다며 이해하라고 했지만
맛보다는 그 마음이 고마워서 즐거웠다.

맞고를 한시간 치고, 700원을 잃고, 롤챔스도 보고, 나 혼자 산다를 보고,
그러면서 병원사람들 욕하고 이런저런 옛 얘기도 하고.

나는 더위를 많이 타서 집에 보일러를 안 튼지 오래인데
추위를 많이 타는 녀석은 보일러도 틀고 전기장판도..
덕분에 나는 자연스레 바닥에서 잤다 -_-ㅋㅋㅋㅋ 전략이었나...

잠이 없는 나는 (+ 더워서) 아침 7시경에 깼고,
요즘 읽고 있는 소설을 조용한 아침 햇빛을 받으며 읽었고

친구는 열시쯤 깨서 뭐 먹고 싶냐고 물었고
나는 고기면 다 좋다고 했다.

그랬더니 전에 자기가 가 본 돈가스 집이 맛있다고 가자고 해서 갔다.
가까운 곳은 아니고 요즘 새로 개발되고 있는 동네인듯..

구도심의 한 가운데, 역 뒤에 있는 동네였는데
내가 살던 시절엔 이 동네는 거의 쪽방촌이었던 동네였는데
조금씩 신식 건물도 들어서고 이런 고즈넉한 음식점, 공방, 찻집들이 들어서는 듯 했다.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원래는 웨이팅이 엄청 많은 곳이라는데 웨이팅이 없었다.


근데 이건 돈가스라고 안 하고 슈니첼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물론 나는 처음 먹어 본 것이지만 독일 음식점이었고 메뉴에도 슈니첼이라고..

자기는 전에 떠먹는 어쩌고 먹어봤는데 
자기 입맛엔 안 맞았다며 딴거 시키자고 했었는데
떠먹는 어쩌고 그러길래 요거트 같은건가 했더니
굴라쉬......

뭐 그래, 사실 슈니첼도 얇은 돈가스 같았어.
(대전 동구 소제동에 있는 가게로, 이름부터 슈니첼 이었다.
친구는 슈니첼이 그냥 가게 이름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래서 굴라쉬 말고 모듬 해물 튀김으로 시켜봤는데 이것도 괜찮았다.

튀긴건 다 괜찮은 법이죠.

음식점 옆에 있는 카페에도 가 보았는데 (카페 볕 : 음식점 영수증 가져가면 10% 할인!)
고즈넉하니 여기도 꽤 맘에 들었다.

나는 다시 운전해서 와야 하는데다 어제 잠을 좀 설쳐서
잠 깨기 위해서 더치 커피 시켰는데 그것도 괜찮았고
친구는 아이스 고구마 라떼 시켰는데 이것도 괜찮았다고 한다.

담에 저 돈가스.. 아니 슈니첼 집이나 그 근처에 갈 일 있으면 또 가보고 싶은 곳.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잘 못 표현하는 무뚝뚝한 친구지만
그럼에도 마음 써 줌이 느껴져서 힐링을 하고 왔다.

감사의 의미로 호주에서 사 온 과자와 육포,
그리고 요즘 가장 핫한 아이템인 KF94 마스크를 다섯장 선물 해 주고 왔다.

집에 오는 길에 시골에는 없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들러서 장을 좀 보고
어제 못 잔 잠을 두어시간 잔 뒤 읽던 소설을 다시 조금 읽었다.

소설이 슬픈 결말을 초반에 얘기 해 주고 진행되는 형식이라
행복한 순간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도 마음이 아파 진행이 더디다.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 듣던 노래가 생각나서 흥얼거리다 보니 참 좋다.
이 노래는 내가 동물원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가사가 특히나 좋다.
아직 완전히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힐링되는 하루였다.





덧글

  • Mirabell 2020/03/01 18:44 #

    곰돌이 푸우 같은 친구분인가보네요. 주변에 그런 사람 한명 있으면 좋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계신곳도 요즘 코로나 때문에 정신없으실듯... 건강관리 유의하시고 기합 넣으시길.. (..)^
  • 하로 2020/03/02 11:29 #

    음.. 곰돌이 푸우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츤츤거리는 츤데레 같은 친구죠 ㅎㅎ
    저희동네엔 확진자는 없는데 여튼 공공병원이라 코로나 환자 수용 병원으로 바뀌고 있어서 정신은 없습니다.
    Mirabell님도 건강하십시오 ㅠ
  • 2020/03/01 22:38 #

    오 치즈를 저렇게 두르니까 맛있어 보이는데.. 저도 저렇게 한번 해봐야겠다능 ㅋㅋㅋ
    그래도 친구 만나고 오셔서 좋으셨겠어요 ~
  • 하로 2020/03/02 11:29 #

    ㅎㅎ 치즈랑 계란이랑 섞어서 한건데 치즈가 덜 녹아서 좀 재밌었어요 ㅎㅎㅎ

    네- 그래도 아직 축 처짐은 남아있지만 친구덕에 조금 힐링이 되었어요 ㅎㅎ
  • blue snow 2020/03/02 03:22 #

    ㅎㅎ하로님 기운을 얻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제가 멀리서나마 늘 응원한답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기만 하시길..:)!!!건강 유의하시고 밥 잘 챙겨드세요~!! :)
  • 하로 2020/03/02 11:30 #

    그래도 또 일상으로 돌아오니 쳐지는것이.. 그래도 저날은 꽤 즐거웠죠 ㅎㅎ
    청설님도 마스크 꼭 하고 다니시고!! 건강 유의하세요 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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