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저기에서 그녀가 날 왜 어이없이 바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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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에서 간절히 원하는 것들 / 태현정 외 5인 Books & Music



호스피스 병동은 죽음과 함께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곳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삶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이야기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을날만 기다리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 아닌가요?"
라고 말이죠

그렇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치열하게 살았던 너무나 소중했던 생을 마무리하는 곳입니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볼 수는 없는 일이지요.

- 본문 중 -


내가 기억하는 죽음에 대한 첫 두려움은 초등학교 즈음
티비에서 하는 미스터리 극장에서 피라미드와 미이라, 
그리고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관한
지금 생각하면 서프라이즈 같은 것이었을텐데,
어린 나는 다큐로 받아들였던 한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저녁에 잠자리에서 2000년에 지구가 망해서 내가 죽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했던 때였다.


이후 죽음에 관한 나의 생각은 여러가지로 변해왔지만
의대에 진학하고, 실습을 하고, 죽음을 목도하고,
마침내 의사가 되어 첫 사망선고를 하던 날부터
죽음이라는 화두는 내 삶과 항상 함께했다.


그런 나보다 더 자주, 더 가까이 죽음을 대하는 
의사, 간호사, 상담치료사 등 의료진의 이야기를 담은 책.

지난번에 죽은자의 집 청소 처럼
혼자 사는 나로서는 차마 혼자 집에서 볼 용기가 안 나서
독서모임에 나가서 짬짬이 읽었다.

성남에 있는 보바스 기념병원의 호스피스 전문 병동 의료진이 쓴 이 책은
그야말로 정해진 죽음을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나도 언젠가 내가 불치병으로 죽게 된다면
내 마지막은 호스피스로 하겠다고 정해뒀던 만큼 남 이야기 같지 않았고
(그냥 만성질환으로 노쇠해서 죽거나 사고로 죽을수도 있겠지만)

환자들에게 감정을 투영하는것이 너무나도 어려워서
환자들에게 감정을 크게 투영 할 일이 없는 과를 택한 나로서는
한자한자 읽어나가는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한밤중에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환자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병동 간호사의 다급한 전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휴대폰은 언제나 내 곁에 대기하고 있지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면서 매일 죽음과 함께하는 삶이라 해도,
죽음은 익숙해지지 않고 늘 어렵기만 합니다.
어쩌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을 돌보는 것만큼,
아니 심적으로는 그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일지도 모릅니다"

- 본문 중 -


환자와 의료진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책은
새삼 죽음에 대한 나의 상념을 지워주지는 못했지만
내가 의사로서 애써 외면한 의료 영역의 일면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 기회가 되었다.

나와, 내 주변의 죽음에 대해 다시한번 곱씹게 된 
짧지만, 무거운 책이었다.